[여성리더에게 듣다] ⑤전문성, 그리고 자신감 <우미영 부사장>

[여성리더에게 듣다] ④스스로를 일으켜주는 용기 에서 이어집니다

<여성리더에게 듣다>의 마지막 이야기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우미영 부사장과 나누었습니다. 우미영 부사장은 IT 업계에서 오래 일 했다면 누구나 알 만한 유명인사입니다. 클라우드와 소프트웨어 관련 기업의 지사장을 맡았고, 파트너 및 SMC 사업 본부의 수장으로 마이크로소프트에 합류하면서 우리나라 IT의 성장과 환경 변화를 고스란히 함께 해 왔기 때문이지요.

우미영 부사장은 지사장, 부사장 등 이른바 ‘커리어 관리’라는 관점으로 바라보면 화려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우미영 부사장의 커리어에서 중요한 이야기는 승진, 직책 같은 것보다 ‘어떻게 일해 왔나’일 겁니다. 일의 가치를 찾고 스스로에게 어울리는 역할을 굳혀가는 과정도 또 하나의 리더십일 겁니다. 우미영 부사장의 출발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우미영 마이크로소프트 파트너, SMC 사업부 총괄 부사장

“국내 IT 중소 기업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어요. IMF를 거치면서 IT 사업을 시작하는 작은 기업에서 일을 하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전문성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IT 업계에서 할 수 있는 여러가지 일들을 정리해 놓고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고, 그 답은 영업이었어요. 그 덕에 지금까지 여러 회사들과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의 사업부를 맡게 됐어요.”

중소기업에서 일 했던 경험은 우미영 부사장에게 큰 전환점이 됐습니다. 중소기업의 특성상 인력이 부족하고 늘 일에 시달리는 분위기는 있었지만 대신 여러가지 일을 해보고, 회사와 업무를 큰 그림으로 바라보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업무 매뉴얼부터 제안서, 기획, 마케팅, 홍보 경험까지 다 겪으면서 스스로에게 맞는 역할을 찾는 기회를 얻은 것이지요.

“IT 업계에서 오래 일하려면 개발이나 영업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이 정리됐습니다. 그 동안의 업무를 돌아보니 개발 업무를 했지만 전공 분야가 아니었고 영업은 잘 맞았다고 생각했지요. 영업은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게 아니라 고객의 고민을 듣고 함께 풀어가는 과정이었어요. 사람 만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고 개발을 통해 얻은 경험으로 기술에 대한 이해도 있다 보니 영업은 좋아하면서도 잘 할 수 있는 일이 됐어요.”

당시는 금융 회사들이 인터넷 뱅킹을 비롯해 인터넷 기반의 서비스를 개발하던 때였습니다. 사실 정해진 답이 없었고, 회사들마다 지향점과 고민들이 모두 달랐습니다. 어떻게 하면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안팎으로 했고, 결국 함께 답을 찾아가면서 인간적인 신뢰와 성장이 쌓여가는 과정에서 업무를 즐기게 됐다고 합니다.

익숙함 버린 이직, 그리고 지사장으로

“6년쯤 회사를 다니다 보니 스스로 성장하지 못하고 안주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날마다 새로운 느낌이 즐거웠는데 더 이상 새롭지 않고 정체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회사에 과감하게 사표를 내고 새 일을 찾기로 했어요. 제가 회사를 그만둔다는 소문이 돌면서 그 전에 함께 일했던 회사들과 그 주변에서 연락이 많이 왔어요.”

이직 결정은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성장이 멈추고 일이 반복되다는 느낌은 다른 한 편으로 일이 손에 익고 편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많은 직장인들에게 고민이 오는 순간이지요. 우미영 부사장은 새로운 환경을 찾기로 했고, 다음 무대는 시트릭스가 됐습니다.

“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회사의 지사장이 퇴사하면서 자리가 비었습니다. 제가 지사장 권한 대행을 하게 됐어요. 회사에서는 계속 후임 지사장을 찾고 있었는데 원하는 사람을 찾지 못하고 제게 적임자를 소개해달라고 했어요. 제 머릿속에 딱 어울리는 사람이 있었지요.”

우미영 부사장이 꼽은 적임자는 본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동안 국내 중소기업에서만 일해 왔고, 지사장 업무 경험도 없었다는 점 때문에 선뜻 나서기가 망설여졌다고 합니다. 고민 끝에 회사에 지사장에 대한 의사와 고민을 이야기했고, 회사에서도 흔쾌히 대화를 나누기로 했습니다.

“일이 힘들고 지사장이라는 무게가 꽤 부담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잘 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에 회사와 그 해 말까지 지사장 대행 업무를 더 해보면서 서로가 잘 맞는지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어요.”

선뜻 자리에 나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기회가 찾아올 때 붙잡을 수 있는 용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대화를 통해 꺼내지 못할 이야기가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우미영 부사장은 그렇게 새로운 자리를 통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 가져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업무나 자리에 대해 손 드는 것도 조심해야 할 일이지만 조금 더 자신있게 손을 들어도 되는데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미영 부사장은 주변에서 함께 하자고 말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누구에게나 새로운 시도는 불안한 일이고, 누군가 손 잡아주고 도울테니 같이 가자는 말 한 마디에 용기를 얻고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해내기도 합니다. 기회에 손을 내밀 수 있는 용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리더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은 우리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용기 한 켠에는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필요합니다. 바로 ‘내가 잘 할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전문성입니다.

“일의 전문성은 결국 시간과 노력에 달려 있습니다. 전문성을 찾는 시기는 여러 가지 일을 경험해 보고 30대에 자리를 잡아가는 경우도 있고, 아예 커리어 초반부터 준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람마다, 업무마다 다르겠지만 답은 노력이라는 말로 연결될 수밖에 없어요. ‘1만 시간의 법칙’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데, 1만 시간을 채우기 위해 하루에 1~2시간 투자하는 것과 7~8시간 쏟는 것은 분명 달라요. 전문성을 쌓는 데 필요한 시간은 그만큼 앞당길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턱대고 시간만 많이 쏟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니라고 합니다. 반복 가능한 프로세스와 신경을 쏟아야 하는 부분을 빨리 찾아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요.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은 스스로가 일 해 온 방법을 되돌아보는 것, 바로 ‘복기’라는 설명입니다. 이는 이전에 이뤄진 다른 리더들의 인터뷰에서도 공통적으로 나온 부분입니다. 스스로의 업무 습관을 돌아보고 각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했을지 생각해보는 것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영업도 전문성이 중요합니다. 으레 전문성보다 관계나 인간성 같은 부분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영업은 단순히 제품을 파는 일이 전부가 아닙니다. 내가 파는 물건이 어떤 것인지, 사는 사람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공통의 이해가 필요합니다. 상황은 항상 다릅니다. 그 안에서 스스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찾는 것이지요. 의사가 모든 환자마다 처음부터 새로운 치료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 아마 환자들은 전문성을 의심하게 될 겁니다. 단순히 많은 일을 겪은 게 경험은 아닙니다. 경험 속에서 의미를 찾고 해석하는 습관이 전문가가 되는 근율을 키우는 과정이라고 봐요.”

모든 일에는 의미 담겨 있어

또 한 가지 중요한 마음가짐은 일의 가치와 목표를 멀리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의미 없는 일자리는 없습니다. 그 일의 의미를 하찮게 보는 것 자체가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일이기도 합니다.

“모든 일에는 의미가 있어요. 때로는 조금 거창한 목표와 의미를 두어도 좋다고 봐요. 저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파트너 사업부를 맡고 있는데, 이 일을 ‘마이크로소프트가 클라우드를 잘 팔기 위한 파트너를 늘린다’는 생각에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 IT 환경이 클라우드를 더 잘 쓸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든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어요.”

일의 의미는 책임감과 만족으로 이어지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업무 그 자체의 가치관을 바꾸어 놓지요. 우미영 부사장 역시 영업이나 기술 정책 하나하나에 대해 판단을 내릴 때에도 파트너를 넘어 업계와 사회에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 수 있나 하는 고민이 먼저 된다고 합니다. 단기적인 성과에 기대지 않고 장기적인 의미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일과 성장은 중요한 가치입니다. 내 가치가 높아지면 그에 따르는 보상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꼭 정확히 맞아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나의 성장을 회사가 인정해주지 않을 수도 있고, 반대로 스스로 성장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그것도 간극이 벌어지는 과정이지요. 그래서 변화는 중요한 계기가 됩니다.”

성장에 대한 기대치와 그에 대한 보상을 잘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도전과 성장을 이루지 못하고 멈춰 있다는 고민을 하고 있다면 주변 환경이든 스스로든 변화해야 할 때가 됐다는 것이고, 사실 이는 스스로가 가장 잘 아는 일이기도 합니다.

물론 새로운 일과 환경에 도전하는 것은 두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 익숙함 속의 불안함을 뚫고 나올 때 기회가 생기는 법입니다. 인터뷰 말미에 우미영 부사장의 이야기를 곰씹어 보니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이미 머리와 마음으로 담고 있는 것을 마음 속에 다지고, 입 밖으로 말하고, 몸을 움직인 것이 지금의 결과로 이어졌을 겁니다.

우미영 부사장의 모든 경험을 짧은 이야기로 모두 담을 수는 없을 겁니다. 이제까지 우리가 만났던 리더들의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때로는 다독이기도 하면서 긴 시간 동안 지치지 않고 꾸준히 걸어온 것이 큰 성과들을 만들어냈다는 것이 모든 리더들의 공통적인 메시지였습니다. 그만큼 실력과 마음을 다지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리더의 자리에 올랐지만 모두들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발전과 성장을 이야기합니다. 어쩌면 이들에게 배워야 할 것은 지나온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업무 현장에서 똑같이 달리고 있는 지금의 모습이 아닐까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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