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여는 의료 혁신의 미래: 에이전트로 행정·지원 프로세스 효율과 전문성을 높인 연세의료원
코파일럿 기반 AI 생태계를 현업 부서와 함께 만들어가는 디지털헬스전략센터의 여정

홍길동 환자, 응급으로
TIPS 진행 예정이니 준비해주세요.
서울 신촌, 연세의료원의 늦은 밤. 교대 브리핑이 끝나갈 무렵, 정주희 간호사는 Teams 메시지를 확인합니다. 낯선 시술과 복잡한 준비 절차, 예전 같으면 필요한 정보를 찾기 위해 지침서를 찾고 타부서에 문의해야 했습니다.
이제는 다릅니다. 정주희 간호사는 Teams에서 ‘검사간호 Q&A 코파일럿 에이전트’를 호출합니다. 화면에는 검사 목적, 준비사항, 필요한 동의서 및 이미지가 한 번에 정리되어 나타납니다. 코파일럿은 익숙하지 않은 절차 앞에서도, 누구나 빠르고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24시간 함께하는 든든한 안내서입니다.

연세의료원 환경에 맞는 AI를 찾는 과정
연세의료원 내부에서는 AI 활용에 대한 수요가 이전부터 존재했습니다. 실제로 직원들 사이에서는 개인적으로 AI 도구를 활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지만, 병원이라는 환경에서 이를 업무에 공식적으로 적용하기에는 보안과 정책이라는 현실적인 제약이 존재했습니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병원 내 보안 정책을 준수하면서 AI 기술을 안전하게 배포하고 현업 부서의 요구를 연결하는 역할이 필요했습니다.
디지털헬스전략센터의 역할도 조금씩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연세의료원은 현재 코파일럿 에이전트 도입을 확산해 나가는 단계로, 이미 일부 현업 부서에서는 반복 업무 감소와 정보 탐색 시간 단축이라는 긍정적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공감하고 있습니다.
이형진 디지털헬스전략센터 소장은 이러한 고민의 맥락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AI 도입 자체보다, 망분리와 보안을
지키면서도, 현장에서 실제로 쓸 수 있는 형태가 무엇인지부터 고민해야 했죠.
이 고민은 곧 행정과 업무지원 영역에서의 AI 활용으로 이어졌습니다. AI는 이미 진료와 연구 영역에서는 활발히 활용되고 있었지만, 행정과 업무지원 부서로 확장하는 일은 상대적으로 쉽지 않았습니다. 상급 종합병원의 복합적인 구조, 그리고 망분리 환경이라는 엄격한 보안 가이드라인을 모두 충족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진료와 연구 영역은 조직 차원의 지원을 바탕으로 다양한 AI 활용 시도들이 비교적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반면, 행정·지원 부서는 AI 도입에 더욱 신중한 접근이 요구됐습니다.
디지털헬스전략센터가 직면한 과제는 명확했습니다. 내부 문서와 지침의 보안은 철저히 유지하면서도, 직원들이 실무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AI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었습니다. 연세의료원은 중앙에서 단일 AI를 일괄 구축하는 방식 대신, 각 부서가 업무 특성에 맞춰 직접 에이전트를 설계하고 개선하는 ‘시티즌 디벨로퍼(Citizen Developer)’ 생태계를 목표로 삼았습니다. 이러한 방향성은, 초기 단계에서 검토했던 자체 GPU 인프라 구축이나 모델 학습 중심의 방식이 병원 전체로 확산되기에는 비용과 운영 부담이 크다는 현실적인 고민과도 맞닿아 있었습니다. 기술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매번 시스템을 재구축해야 하는 운영상의 비효율을 극복하고, 보다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확보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디지털헬스전략센터는 현재 코파일럿 스튜디오(Copilot Studio)와 파워 플랫폼(Power Platform) 기반의 인프라를 제공하며, 기존 파워 오토메이트(Power Automate) 활용 경험을 바탕으로 직원들의 AI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또한 교육과 가이드를 통해 현업 중심의 답변 설계와 품질 검증이 이뤄지는 로우코드 환경 구축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이에 연세의료원은 병원의 보안 정책과 접근 통제 체계를 전제로, AI 서비스는 외부 엔드포인트를 활용하는 SaaS 기반 구조를 선택했습니다. 이 방식은 복잡한 재구축 없이 설정 변경만으로 최신 기술을 반영할 수 있어, 성능 개선의 유연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시도는 직원들이 매일 사용하는 익숙한 환경인 Microsoft Teams에서 시작됐습니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 도구에 익숙한 구성원들이 많았던 만큼, 새로운 플랫폼을 추가로 학습하기보다 기존 업무 흐름 안에서 AI를 활용하는 방식이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습니다. 매일 쓰는 도구 안에서 바로 질문하고, 바로 답을 얻을 수 있어야 현장에서 실제로 쓰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환자를 마주하는 간호 부서에서 가장 먼저 체감한 변화
코파일럿 에이전트의 가능성을 가장 먼저 확인한 부서 중 하나는 간호국입니다. 환자를 가까이에서 마주하는 만큼, 필요한 정보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찾고 제공하느냐가 업무 효율과 간호 수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간호 현장에서는 다양한 상황에 대응해야 합니다. 외국인 환자 응대처럼 낯선 상황이 생기기도 하고, 여러 부서에서 반복되는 문의를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로는 익숙하지 않은 검사나 시술 간호를 제공하거나, 타 부서의 기준을 확인하고 필요한 처치를 준비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정보는 텍스트, 그림, 표 등 여러 형태로 존재하고, 지침서가 방대하다 보니 필요한 내용을 빠르게 찾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어느 부서에 문의해야 할 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도 발생합니다. 자료가 각 부서에 분산되어 있는 경우 효율적인 공유가 쉽지 않고, 동일한 질문이 반복되면서 주진료과는 여러 부서의 문의에 응대하는 부담도 생깁니다. 특히 병원은 24시간 교대 근무 체계이기 때문에, 야간이나 주말에는 대응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런 복잡성을 줄이고, 필요한 정보를 더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간호지침 Q&A 에이전트’의 테스트가 시작되었습니다.
Q&A 에이전트는 질문을 던지면 관련 지침과 함께 이미지까지 한 화면에 보여주는 방식으로 설계됐습니다. 테스트 과정에서 간호사들은 “이 내용도 추가하면 질문이 더 줄어들 것 같다”며 개선 의견을 보탰고, 필요한 정보를 찾는 과정이 훨씬 간소해졌다는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24시간 돌아가는 병원 환경에서,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만족도를 높였습니다.
정주희 간호사는 코파일럿 덕분에 서류 작업에 쓰이는 시간과 노력을 줄이고, 보다 많은 프로젝트와 시스템 개선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엑셀 자료를 정리하고 입력하는 데 3주 정도 걸렸는데, 코파일럿 에이전트를 사용하면서 하루 만에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AI 학습을 위해 일일이 데이터를 변환하거나 가공하는 데에 많은 노력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원본 자료 중심으로 효율적 정리가 가능해졌습니다. 또한 회의에서 나온 논의도 코파일럿으로 구조화해 문서화하고, 이를 의료진 공지문이나 병원 시스템 안내로 쉽게 변환·공유할 수 있어 정보 전달이 훨씬 매끄러워졌습니다.
에이전트를 실제로 테스트해보면서, 문서 관리 방식의 중요성도 함께 드러났습니다. 병원 지침과 인계 자료는 현장에서 계속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한 번 만들어두고 끝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정재린 선생님(IT Staff)은 에이전트 품질을 좌우하는 요소로, 문서의 ‘형식’과 ‘구조’를 꼽습니다.
사람이 보기엔 익숙한 문서라도, AI에게는 오히려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 정리해야 할지 계속 고민하고, 테스트하고 있죠.
각 부서는 자주 반복되는 질문을 기준으로 자료를 점검하고, 시범 운영 과정에서 나온 피드백을 반영해 문서를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에이전트의 답변 정확도와 활용성 역시 꾸준히 개선되고 있습니다.

병원 행정에서 진료 영역까지, 연세의료원의 AX 로드맵
연세의료원은 AI 에이전트 도입에 있어 ‘투 트랙(Two-Track)’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업무 부담을 덜어주는 행정·지원 영역은 빠르게 확산하되, 의료 안전 확보가 필수인 진료 영역은 데이터 아키텍처부터 임상 검증까지 단계별로 신중히 검토하며 확장해 나가는 방식입니다.
현재는 각 부서의 업무 문서에 기반한 Q&A 에이전트를 중심으로 병원 내 지식 체계를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지 탐색해 나가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시도가 부서 간 지침의 간극을 좁히고 병원 전반의 ‘공동 지식체’로 확장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테스트에 참여한 현업 부서에서는 반복적으로 확인하던 내용을 먼저 에이전트에 물어보게 되어 업무 몰입도가 높아졌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타나고 있으며, 향후 업무 방식에 어떤 변화가 가능할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연세의료원이 그리는 AI Transformation (AX) 로드맵의 지향점은 명확합니다. 이형진 소장은 각 부서의 업무 성격을 가장 잘 반영한 AI를 부서별로 직접 만드는 구조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AI가 특정 부서의 기술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의료진과 직원 모두가 업무에서 활용하는 ‘도구’로 자리 잡게 하려는 목표를 담고 있습니다.
연세의료원은 AI를 전사적으로 도입하는 방향을 하나의 비전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의무기록 작성이나 환자 리스크 예측, 연구 등 의료 데이터가 활용되는 여러 영역에서 AI가 이미 활용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 업무와 연구, 진료 전반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연세의료원은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 스튜디오 기반의 에이전트 생태계를 출발점으로, 병원 전반의 업무를 혁신하는 AX 로드맵을 단계적으로 그려 나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