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리더에게 듣다] ②일과 사람에 집중한다는 것 에서 이어집니다.
사람들에게 직장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만은 아닐 겁니다. 잠을 자는 시간을 빼고는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직장이고, 하루 중 가장 집중해서 힘을 쏟는 것 역시 일입니다. 우리는 일을 통해서 성장하고 더 많은 기회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직장은 전쟁터가 됐고, 일은 피하고 싶은 피곤한 일상이 되기도 합니다. 결국 모든 사람이 일을 통해 만들어내는 가치 속에는 개개인의 고민과 노력이 담기게 마련입니다. <여성 리더들에게 듣다>의 두 번째 이야기는 김현정 공공사업부 총괄 전무와 유선미 인사부 전무와 함께 일과 개개인의 가치를 어떻게 만들어가면 좋을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일과 삶의 조화는 왜 어려울까
“교육 컨설팅으로 직장 생활을 처음 시작했습니다. 개인적인 삶과 일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사람들이 일하는 방법이나 경력을 가져가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갖다 보니 인사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하지만 모두들 직장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도 직장에서 일하는 게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요.”
유선미 인사부 전무는 인사를 통해 일과 삶의 연결 고리를 찾는 것에 흥미를 갖고 일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일하면서 행복을 느끼고, 성장할 수 있다는 선배들과 커리어 코치들의 이야기에 매료돼 개인의 일과 성장이 행복을 가져오고, 그 행복이 다시 일에 도움되는 선순환 과정에 기여하고 싶어서 인사 업무를 해 왔다고 합니다.
유선미 마이크로소프트 HR 전무
어떻게 보면 직장과 일에서 행복을 느낀다는 것은 꿈같은 이야기같기도 합니다. 매주 일요일 저녁만 되면 우울감에 빠지기도 하고, 휴일과 휴가를 손꼽아 기다리는 것이 우리가 흔히 직장에 대해 갖는 이미지입니다. 즐거움을 떠나 어쩔 수 없이 회사를 떠나는 일도 많습니다.
여성 인재가 없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예전처럼 회사에서 여성들에게 그만 두라고 하지 않지만 결국 한계를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회사나 사회적으로 여성 인력에 대한 인재풀을 만들고,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라는 요구는 많은데 현실은 어딘가 거리가 있습니다. 가정에 대한 균형 때문입니다.
“특히 매니저급이 되면 일자리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요. 결혼과 육아로 삶의 흐름이 바뀌고, 일과 가정 사이에서 고민하는 시기가 되기 때문이지요. 저도 좋은 엄마와 좋은 직장인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다시 공부를 더하면서 일을 계속 이어왔어요. 지금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지향하는 바가 비슷해서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두 가지 역할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아니, 스스로 만족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더 맞을 것 같습니다. 김현정 공공사업부 전무는 “잘 묻어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라며 너스레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공격적으로 목표를 세우고 치열하게 일하는 것보다 하루하루를 꾸준히, 성실하게 해 오다 보니 자리를 잡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김현정 전무는 첫 직장이었던 국내 SI 회사에서 경험했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3년쯤 일하면 일을 이해하게 되고, 5년 정도 해야 일과 관련된 네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선배의 이야기로 직장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전문성을 가지라는 이야기였지요. 힘들고 어려운 상황도 있었지만 꾸준함의 힘을 믿었고, 전문성을 갖추는 것의 중요성도 깨닫게 됐습니다.”
김현정 마이크로소프트 공공사업부 총괄 전무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을 만들어낼 수는 없습니다. 사실 우리는 스스로에 대해 한계를 빨리 깨닫고 좌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변 환경이 짓누르는 경우도 없지 않겠지만 일이 손에 익고 전문성이 쌓이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김현정 전무도 첫 직장의 선배가 말했던 것처럼 조바심이 스스로를 망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처음 입사했던 2003년에도 마이크로소프트 내에는 특별히 여성에 대한 차별이나 업무적인 어려움이 있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지금 젊은 세대가 결혼과 육아에 대한 경력 단절에 고민하듯, 저도 50대에 들어서면서 노쇠한 부모님들을 누가, 어떻게 책임지나 하는 고민이 다시 생겼습니다. 육아 부담을 덜어낸 이후에 부양에 대한 책임이 다시 찾아오는 것이지요.”
“도움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돼요”
사실상 여성들에게 주어지는 가정의 무게는 꽤나 무겁습니다. 김현정 전무도 임원으로서, 또 선배로서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풀지에 대해 최근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해답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습니다. 주변에 도움을 청하는 것이지요.
“여러 상황에서 중요한 결정의 순간이 오는 것 같습니다. 사실 우리 모두는 스스로에게 관대하지 못해요. 밀려드는 업무 속에서 동료들에게 내가 가족을 위해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내기는 어렵죠. 가족의 건강이나 아이와 관련된 일이 있을 때에도 주변에 말하지 못하고 끙끙 앓기만 해요. 그런 상황이 크리스마스나 명절처럼 모두가 즐거움을 즐기는 시기에는 더 힘들게 찾아오곤 합니다.”
유선미 전무도 가족으로서의 무게를 언급했습니다. 여성들에게 ‘일을 그만둬야 하나’라는 순간이 찾아온다는 것이지요. 업무가 손에 익고 한창 즐겁게 일하게 되는 30대에 또 다른 무게가 찾아오는 겁니다. 부모님이 내게 해준 것처럼 아이에게 해줄 수 있나, 또 부모님에게 얼마나 잘 하고 있나 하는 고민입니다.
“아이를 낳은 뒤에도 양가 부모님들은 꾸준히 일 하고, 도전하라고 밀어주셨어요. 주변의 도움을 받고 비용을 들여서라도 힘든 시기를 함께 넘기라고 했어요. 하지만 일도 잘 하고 싶고, 좋은 엄마도 되고 싶지만 그 안에서 뭔가 일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고 소홀해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었습니다. 그때 한 선배가 ‘나도 옛날에 그랬는데 도움 받았어’라고 말해 주었어요.”
유선미 전무는 도움에 대해 망설이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봤습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도 상황에 따라 일을 도울 준비가 되어 있고, 늘 똑같이 보이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들은 뒤 많은 것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당당하게 도움을 받고, 또 후배나 동료 누군가가 비슷한 상황을 겪으면 다시 도와주면 되는 거죠. 길게 보면 서로 도움을 받은 만큼 남을 도우면서 밸런스가 맞춰지게 되는 거에요. 일요? 결국에 아픈 아이 재워두고 나서 밤에 마음 편하게 하죠. 더 잘 하고 싶은 마음과 함께 말이에요.”
우리 업무 문화는 오랫동안 일과 개인사를 연결해서 이야기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깔려 있는 게 사실입니다. 대화와 소통을 이야기하지만 사실 서로 이야기를 할 준비도, 들을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김현정 전무도 이런 사회 분위기를 깨려면 리더들이 더 나서서 이야기해야 한다고 합니다.
“아이와 마인크래프트, 유튜브 등으로 다투다가도 ‘함께 보자’고 말하면 금세 눈이 반짝입니다. 게임이 어떻고, 아이템이 어떤지 이야기하면서 공감대가 만들어집니다. 일도 마찬가지일 거에요. ‘와서 이야기해봐’ 같은 분위기 속에서 조언, 충고, 연설이 자동으로 나오는 게 너무 익숙해져 있어요.”
네이버 포스트 [여성리더에게 듣다] ③행복한 일과 삶의 조화 <김현정 전무, 유선미 전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