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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효율성을 지배하는 ‘공간’의 마법…MS, 벽을 허물다

공간 디자인이 업무 효율성을 지배한다

근로기준법 제50조 제1항,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근로기준법은 1일 8시간, 5일 근로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시퇴근은 모든 직장인의 꿈이다. 그렇기에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어떻게 하면 업무 시간을 줄이고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봤을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기업 차원에서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공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공간이 직원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조직 간의 관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업무 공간을 바꿈으로써 직원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조직 사이의 관계를 변화시켜 궁극적으로 업무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시애틀 본사, 벽을 허물고 소통 공간으로 변모하다

글로벌 IT 기업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직원들의 창의력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공간’에 관심을 가졌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04년부터 공간과 업무 생산성에 관한 별도 연구를 진행해 이를 토대로 전세계 사무실에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공간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본사 빌딩 16, 17 내부 모습 /출처 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 본사 빌딩 16, 17 내부 모습 /출처 마이크로소프트

미국 워싱턴주 레드먼드에 위치한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의 빌딩 16과 17은 이러한 변화의 대표적 사례다. 원래 이 빌딩은 1인 1사무실 구조로 전체 건물이 개인 사무실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문자 그대로 벽을 허무는 리모델링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공간으로 태어났다.

새로 바뀐 건물은 전통적인 사무실을 없애고 거대한 복도 중심의 ‘이웃(neighborhoods)’ 개념을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칸막이로 나뉘어 있던 사무실을 열린 공간으로 바꾸면서 모든 부서가 거대한 홀에서 만나 자연스럽게 아이디어를 나누고 협업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다. 임원도 예외가 없다. 즉, 임원도 개인 사무실 없이 다른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오픈된 공간에서 함께 일한다.

엑스박스 라운지 /출처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라운지 /출처 마이크로소프트

협업을 위한 열린 공간뿐 아니라 혼자 집중해서 일할 수 있는 공간도 별도로 마련했다. 직원들의 창의력을 북돋아주기 위해 해먹이나 소파 등 편히 쉬면서 아이디어를 구상할 수 있는 곳도 생겼다. 엑스박스 라운지(Xbox Lounge)에서는 동료들과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특이한 곳은 각종 디바이스로 둘러싸인 일상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노테크 라운지’(No Tech Lounge)다. IT기업에서 노테크라니 어울리지 않을 법 하지만 때때로 일과 거리를 두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능률을 높이는 한 방법이 된다는 사실을 반영해 편하게 휴식을 취하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공간의 색상 또한 우리의 뇌를 지배한다

빌딩 16 로비의 미디어 아트 ‘큐브(The Cube)’ /출처 마이크로소프트
빌딩 16 로비의 미디어 아트 ‘큐브(The Cube)’ /출처 마이크로소프트

빌딩 16, 17은 곳곳이 녹색과 파란색으로 구성돼 편안한 느낌을 준다. 그 중 백미는 빌딩 16 로비의 미디어 아트 ‘큐브(The Cube)’다. 녹색에서 핑크색, 핑크색에서 파란색으로 끊임없이 다양한 색상을 흩뿌리고, 큐브 내부의 2층으로 연결되는 계단에는 키넥트 센서가 설치되어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에 반응해 내부의 장면을 변화시킨다. 한 사람이 계단을 올라가면 몇 마리의 새가 날아오고, 여러 사람이 계단을 내려가면 새 떼가 나타나 주변을 맴도는 식이다.

카페 16(왼쪽)과 셰프 Coe의 쿠킹 클래스 /출처 마이크로소프트
카페 16(왼쪽)과 셰프 Coe의 쿠킹 클래스 /출처 마이크로소프트

‘카페16’도 빼놓을 수 없는 공간이다. 전형적인 구내식당이 아니라 직원들이 찾아올 때마다 즐거움을 주는 식당을 목표로 유기농 제철 식재료로 각종 실험적인 요리들을 내놓는다. 영국 왕실 전용 선박에서 로열 패밀리의 식사를 책임지던 셰프 코(Coe)의 쿠킹클래스도 직원들을 즐겁게 하는 요소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프리스타일 워크플레이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도 본사의 업무 공간 변화에 따라 2013년 개인의 정해진 자리가 없는 ‘프리스타일 워크플레이스’로 탈바꿈했다. 개인의 업무 스타일에 맞춰 1인실부터 2인실, 4인실, ‘이웃(neighborhoods)’ 개념의 열린 공간까지 다양한 공간을 선택할 수 있다. 정해진 자리가 없으니 매일 본인이 원하는 공간을 선택할 수 있다.  임원실이 모두 없어지고 자기 좌석이 없는 환경으로의 변화에 대한 거부감도 있었지만 ‘프리스타일 워크플레이스’ 구축 1년 후 직원 조사에서 89% 만족도라는 결과를 얻어냈다. 실제 직원들의 협업 시간은 기존의 약 1.5배인 일 평균 3~4.5시간으로 증가했고, 형식적으로 이뤄지던 미팅이 감소됐으며, 간단하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소규모 미팅으로 빠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됐다.

페이스북, 구글 그리고 NAVER ‘그린팩토리’

NAVER Library /출처 네이버 홈페이지
NAVER Library /출처 네이버 홈페이지

페이스북이나 구글 등 다른 글로벌 IT기업도 일찌감치 캐주얼한 분위기에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캠퍼스 스타일의 업무환경으로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직원들이 휴식을 취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카페테리아와 칸막이 없는 책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한 것이 공통적 특징이다.

분당에 위치한 네이버(Naver) 그린팩토리도 공간 디자인을 통해 업무 효율을 향상시킨 대표적인 건물이다. 전체적으로 녹색 계열의 색상과 나무 소재를 사용해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도서관, 공연장 등 이색 공간과 함께 피트니스 센터, 자전거 주차장 같은 직원을 위한 공간을 두었다. 개인 업무 공간까지 없앤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회의실을 두고, 카페에서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도록 구성했다.

효율적인 업무 공간, 어떻게 구성하는 것이 좋을까

© geralt, 출처 Pixabay
© geralt, 출처 Pixabay

업무 효율을 높이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을 염두에 두어야 할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직원 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팀으로 일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물리적인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아래 몇 가지 조언이 업무 효율을 높이는 공간 디자인을 위한 아이디어의 실마리가 되기를 바란다.

  • 직원들의 업무와 성향을 파악하라. 창의적인 발상이 중요한 업무를 위한 공간과 업무에 온전히 몰입하는 업무를 위한 공간, 다른 직원들과 협업을 통해 성과를 낼 수 있는 업무를 위한 공간은 다를 수밖에 없다.
  • 스스로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공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라. 자신에게 적합한 공간을 찾아 일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능률이 올라간다.
  • 공유 공간을 전략적으로 설계하라. 직원들이 자주 마주칠 수 있도록 공유 공간을 구성하면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
  • 인테리어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업무 효율이 달라진다. 제한된 공간과 예산으로 고민이라면 벽의 색상을 바꾸는 등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
  • 물리적 공간만 공간이 아니다. 클라우드와 모바일 디바이스를 활용한 스마트 워크로 직원들이 스마트하게 일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하라.

비즈니스인사이트 황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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